바이킹과 롤러코스터 없는 놀이동산을 상상할 수 있을까? 요즘은 새로운 놀이기구에 밀리고 있지만, 그 인기가 어디 가랴. 우리도 길게 늘어선 줄에 꼬리를 물고 서서 다음 동선을 파악한다. 그 순간만큼은 누구보다 놀이기구를 갈망하는 듯하지만, 사실 난 놀이공원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다른 사람의 기분을 망치기 싫어 짐짓 아닌 척한다. 정 타기 싫으면 카메라를 들고 사진사를 자청하면 되는 일이다.

내가 놀이공원을 싫어하는, 아니 두려워하는 이유는 속도나 높이에서 오는 긴장감과 공포 때문이 아니라 안전에 대한 불확실에서 비롯된 죽음의 그림자 때문이다. 안전불감증이 만연한 이곳에서 내 눈은 모든 것을 죽음과 연관시킨다. 사람들은 죽음의 태그를 몸에 두르고, 아이들은 자신을 하늘로 데려갈 풍선을 하나씩 들고 다닌다. 사진에 많이 찍히면 빨리 죽는다는데, 여기저기서 터지는 플래시 세례에 몸 둘 바를 모르겠다. 빨리 이곳을 벗어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