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오래전이라 생일파티를 한 적이 언제였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습니다. 이 세상에 제가 태어난 것은 축복이 아니라 불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제 생일을 축하해주고 있습니다. 초에 불이 붙었습니다. 어느새 훌쩍 늘어나 버린 초들이 서로의 외로움을 메워주고, 어둠을 걷어갑니다. 나이가 들면 죽음에만 한 발짝 다가설 거라 믿었는데, 이렇게 사람들도 다가왔습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태어나서 수백 번도 넘게 듣던 지루한 노래였지만 오늘만큼은 달리 들렸습니다. 노래가 끝나고 사람들의 박수 소리가 제 주위를 감쌌습니다. 환하게 타오르는 촛불이 손짓합니다. 한숨이 아닌, 희망의 바람을…, 정말 그럴까요? 제가 태어난 것이 축복일까요? 이 세상에 제가 필요한 걸까요?

‘후~’ 연기가 아득한 공간으로 불씨와 함께 사라지며 잠시 어둠이 몰려옵니다. 갑자기 두려워집니다. 지금 제 앞에서 축하해주는 사람들이 잠깐의 어둠 속에 멀리 떠나갈까 봐, 카메라 셔터가 잠기는 찰나에 사진만 남기고 사라질까 봐 두려워집니다. 문득 내년에 받고 싶은 선물이 생겼습니다. ‘지금 그들이 내년에도 이렇게 웃으며 축하해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