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기억하나요?” 이 질문을 하면, 그녀는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제가 떠나는 날, 건네준 그 책을 떠올릴까요? 아니면, 아무 기억조차 하지 못할까요? 벌써 잊어버리진 않았겠죠. 그곳에서의 행복했던 한때를…

갑작스러운 이별 앞에 그녀가 제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처음 그때처럼 따뜻한 커피 한 잔과 침묵뿐이었습니다. 첫 만남의 어색함을 달래기 위해 마셨던 커피는 생활이 되었고, 서로가 부담스러워서 하지 않던 대화는 수다가 되어버렸지만 오늘은 평소처럼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던 그 평범했던 일상으로 되돌아가지 못했습니다.

우리에게는 딱 커피 한 잔만큼의 시간이 주어져 있었습니다. 대화가 필요치 않을 만큼 가까웠지만, 시간은 어색하게 흘러갔습니다. 해야 할 말이 있는데, 따뜻한 커피가 혀를 녹여주어서 쉽게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끝내 말문을 열지 못했습니다. 그때 그녀가 마지막 인사로 책 한 권을 주었습니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아마도 첫날 제 외로움을 눈치챘던 것처럼, 진심을 이미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행복이란 상대적이어서 그 순간에는 알아채지 못하나 봅니다. 지금 돌이켜 보아 그 당시가 가장 행복했다고 느낀 건 제 인생의 전환점이나 특별한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너무나 평범했던 일상들, 그게 행복이었습니다. 오늘 헤어지는 그들을 내일 다시 볼 수 있다는 것, 그것이 행복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