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KBS에서 방영한 BBC방송의 ‘경이적인 천재, 서번트 신드롬’을 보고서, 재미삼아 스컬리의 보고서 형태로 작성했습니다.^^

우리는 서번트 신드롬에 놀라워한다. 자폐증으로 사회생활을 영위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낮은 IQ를 가졌음에도, 특정한 분야에서 보이는 천재적인 능력 때문에 그들을 부러워한다. 서번트 신드롬은 자폐증, 정신지체, 뇌손상 같은 뇌질환 등의 발달장애와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그들은 극히 제한된 영역, 즉 음악이나 미술 혹은 수학 같은 단일한 분야에 과도한 집착을 보이는 특성을 보인다.

Daniel Tammet, 그를 처음 만났을 때, 그는 다른 서번트 신드롬과 달리 자폐 현상이 없었다. 그저 꾸준한 연습을 통해 계산이나 암기에 탁월한 능력을 소유한 것으로 판단되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조사하면서, 내 생각에 의심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간단한 테스트에서 그는 우리가 준비한 컴퓨터로 구할 수 없는 계산까지 했으며, 소수점 2만 자리까지의 원주율을 외우고 있었다.

그의 계산은 우리와 달리 특이한 점이 있었다. 곱셈은 나누기하듯 앞부터 나열했고, 손은 무언가를 그리는 듯 계속 움직였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수의 형상화를 통해 계산한다고 했다. “1은 선명하게 반짝이고, 5는 천둥소리 같으며, 6은 공백이나 블랙홀 같고, 9는 위협적일 만큼 크다고… 어떤 이미지도 수로 형상화할 수 있으며, 수에서 감정을 느낀다고…”

테스트를 위해 찾아간 뉴욕이나 라스베가스에서 그는 매우 고통스러워했다. 나는 그저 그가 조용한 시골에서 오랜만에 혼잡하고 큰 도시에 올라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멀더는 자연과 달리 진실을 숨기려는 도시의 수많은 버그가 원인이라고 이해하지 못할 말을 지껄였다. 0과 1로 이루어진 가상현실 속에 던져졌던 기분을 생각하니, 멀더의 말도 약간은 수긍이 간다.

다른 서번트 신드롬에서 나타나지 않았던 독특한 점은, 처음에 사기라고 느껴지게 했던, 사회성과 언어구사능력이었다. 좌뇌와 우뇌의 보상이론에 의해 그들이 계산이나 암기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이는 것, 그와 연관이 깊은 음악이나 미술에까지 뛰어난 소질을 보이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그는 달랐다. 테스트 도중에 새로운 언어를 하나 더 깨우쳤고, 우리와도 잘 어울려 지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두 능력이 공존하는 경우는 없었다. 그런데 그는 두 가지 능력을 다 소유하고 있었다. 우리는 끝내 그에게서 – 약물이나 조작 등 – 어떠한 비밀의 실체를 밝혀내지 못했다. 현재 의학으로는 더 이상의 검증도 불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앞으로 그는 계속 연구소의 실험대상이 될 테고, 또한 우리 뇌의 비밀을 파헤치는 데 중요한 매개체가 될 것이다.

우리는 언어와 숫자의 한계에 갇혀서 그 이상을 생각하거나 표현하는 법을 잊어버렸는지도 모른다. 세계공용어를 제외한 수백 개의 언어가 사라져 버린 지금, 그에 대한 논의나 연구도 아주 힘들어졌다. 문자와 숫자가 과학 발전을 저해하는 단계에 들어선 것이다. 언어도 과학처럼 현 수준을 뛰어넘으려면, 새로운 차원으로의 도약이 필요하다. 다만, 거기에 외계인을 거론하는 멀더의 말은 조용히 안드로메다로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