重慶森林(중경삼림)
2007.09.17오늘도 수많은 사람이 블로그에 왔다 가지만
서로 무언의 발걸음만을 옮기는 이상
우연히 마주치더라도 알지 못하고 그냥 지나칠 것이다.
혹시 모르겠다. 그들 중 누군가는 친구가 될 수 있을지…
Episode 1 : PM 12:05
일기예보에서 비가 올 거라고 했지만, 이렇게 일찍 올 줄은 몰랐다. 그곳으로 가는 도중에 천천히 빗방울이 돋기 시작했고, 도착했을 때는 장대비가 퍼붓고 있었다. 반대편 하늘이 개였기에 곧 지나갈 듯싶어서 조금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나 비는 점점 거세졌고, 이제는 천둥번개까지 치기 시작한다. 마지막이 늘 그렇듯 이렇게 심하게 몰아친 후에 그칠 거로 생각했는데 장마가 돌아온 듯 비는 계속되었다. 어쩔 수 없이 빗속에서 일을 마쳤고, 그곳을 벗어나는 지금까지도 비는 그치지 않고 있다. 그녀를 향한 내 마음도 이 비와 같은지 모르겠다. 그저 지나가는 소나기라고 생각했는데, 장마가 되어버렸다.
Episode 2 : PM 06:30
갑자기 비를 뿌리다 그치는 하늘을 보면, 이제 여기가 홍콩으로 바뀌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가고 싶어 하던 홍콩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어서 좋긴 하지만, 내년에는 예전 날씨로 돌아오기를 바란다.
다시 장대비가 쏟아진다. 가방 깊숙이 자리 잡은 우산을 꺼내면, 나만의 작은 하늘이 펼쳐진다. 올해 필수 아이템은 레인코트인 것 같은데, 왜 아무도 이 유행을 파악하지 못했을까? 아열대 기후로 바뀐 요즘, 이제는 홍콩 영화에서 나오는 갑작스러운 소나기 장면이 쉽게 이해된다. 홍콩 사람들은 그 장면을 무심코 넘겼을지 궁금하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나도 지금 이 상황을 좋아했을까?
Episode 3 : PM 08:24
견딜 수 없을 때는 미친 듯 달린다. 숨이 턱까지 차올라 심장이 터지려는 그 순간에 고민도 함께 날려버리기 위해서다. 땀이 비 오듯 쏟아져 옷을 적시는데도 여전히 흘리는 걸 보면, 우리 몸의 절반가량이 물로 이루어졌다는 말이 거짓말은 아닌 것 같다.
‘지금까지 4바퀴’ 난 트랙을 달리는 편을 더 좋아한다. 우레탄 바닥이 실연의 아픔을 완화시켜 주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내 아픔의 크기를 아무 의미 없는 수로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녀도 나처럼 수로 표현하는 걸 좋아했다. 우리 만난 지 100일, 200일. 사실, 그날은 다른 날과 아무런 차이가 없어 사람들은 종종 잊어버리지만, 난 숫자에 강하다. 라면은 물 550cc에 4분 30초, 그녀 생일은 2월 23일. 이제 12시가 넘어가면, 그녀가 떠난 지 128일이 된다.
Episode 4 : AM 03:12
새벽에 토스트를 먹다 갑자기 궁금해졌다. 아침에 먹는 토스트는 무슨 맛일까?